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  • 건설 공무/사무직으로 취직하다
    W=F*d 2020. 10. 21. 20:08

    아파트 건설 현장에 회의감을 느꼈다는 글을 쓴 지 5개월 만에 다시 건설 쪽으로 발을 돌렸다.

    누군가 직업을 바꾸는 것은 산을 움직이는 것과 같다고 했던가. 아버지 대로부터 내려온 오랜 업식은 웬만큼 해서는 바뀌지 않는 것 같다.

    거대한 아파트 건설 현장보다는 훨씬 근무조건이 좋지만 작은 사무실에 갇혀있는 게 영 답답하다.

    프린트기 돌아가는 소리에도 신경이 예민해지기도 한다.

    한번 신경이 예민해지는 것을 일하는 동안 알아채지 못하면 대미지가 누적되어서 전혀 상관없는 자극에도 부정적인 반응을 내어버린다.

    다행인지 불행인지 급하게 구한 일자리가 우리 집으로부터 한 시간이나 떨어져 있어서 오가는 버스에서 이어폰으로 목탁소리나 들으면서 잠이라도 자면 집에 올 때쯤에는 들떴던 신경이 가라앉는 경우가 많다. (아닌 경우도 있었다)

    어쨌든 다니다 보니 적응이 되는 부분도 있고 영 적응이 안 되는 부분도 있다.

    사장님 목소리가 너무 크게 느껴진다. 그리고 사장님께서 들어올 때마다 내 공간이 침해받는 듯한 느낌이 들고 이상하게 눈치를 살피게 된다.

    다른 사람들도 그런가?

    사장님도 업무 줄 때 약간 내 눈치를 살피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 확신은 아니다.

    면접 때 별로 따지지 않고 붙어버려서 갈까 말까 고민했었고,업무 중에도 때때로 도망치고 싶은 마음이 불쑥불쑥 올라오기도 한다.

   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반적으로 직장이 꽤 마음에 든다.

    신입이라고 이것저것 챙겨주기도 해서 감사하다.

    근데 대리님이 2주만 다녀라 했다가 3개월만 다녀라 했다가 설은 보내고 나가라는 등 말을 바꾸기도 하면서 마치 내가 금방이라도 나갈 생각을 하는 것처럼 말씀을 하시는데 사실 그런 생각이 자주 들기는 한다. 그러나 내 처지를 생각하면 진짜 나가더라도 겨울은 나야 하는게 맞긴 맞다.

    아쉽게도 급여가 다닌 회사 중에서 역대급으로 낮다.

    이쪽 분야에서는 할 줄 아는 일이 없으니 배우는 수습 기간에 이렇게 받는 것이 사실 이치에는 맞다.

    그래도 지난날 공부해온 시간들이 생각나면서 내가 이 정도 밖에 안 되는 인간인가 생각이 들면 약간 설움과 억울함도 올라온다.

    하지만 이 모든 게 내가 쌓은 업보인 듯.

    정진할 수밖에 없다.

    자격증이라도 하나 따서 나가야지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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